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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철의 법률톡톡] 영상통화 녹화, 무슨 죄가 되나?
Jan 26, 2026
영상통화 과정에서 상대방의 성행위 장면을 몰래 녹화하거나 캡처하는 행위는 외형상 단순해 보이지만, 법적 평가에 있어 오랫동안 혼선이 존재해 온 영역이다. 다만 다수의 판례가 축적되면서 관련 법리가 상당 부분 정리되었고, 최근에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이 확립된 상태이다.
우선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여 영상정보를 전송하는 경우, 의사에 반하는 촬영이 아니므로 당연히 제14조 제1항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될 수 없다.
그리고 상대방이 수신 받은 화면을 단말기로 녹화했다 할지라도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므로 본죄가 될 수 없다는 것은 확립된 법리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같이 전송된 영상정보를 녹화, 저장한 동영상은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은 아니지만, 촬영물의 ”복제물”은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문언상 화면 ‘녹화’ 행위를 ‘복제’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일부 판결도 존재하나, 현재 실무에서는 이를 복제물로 평가하더라도 범죄 성립 여부 판단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상통화 상대방이 화면을 녹화하여 저장 소지한 경우, 촬영물소지죄가 성립되는 것일까?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의 촬영물소지죄는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저장·시청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과거 일부 하급심 판례나 수사 실무에서는 이를 촬영물 소지죄로 구성하여 범죄 성립을 인정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판례에 의해서 명확히 정리되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 촬영물소지죄의 처벌대상이 되는 촬영물·복제물은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복제물”로, 이 말은 “처벌대상이 되는 촬영 또는 반포 등의 행위가 전제“된, 즉 위법한 촬영 또는 유포 행위가 전제된 결과물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상통화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여 전송한 영상은 제1항의 불법 촬영물도 아니고, 제2항의 의사에 반하여 유포된 촬영물도 아니다. 설령 이를 녹화·저장한 경우라 할지라도 ‘복제물’이기는 하지만 “처벌대상이 되는” 촬영물 또는 복제물이 아니기 때문에, 제4항 소지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소지해도 제14조 제4항 촬영물소지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물론, 영상통화 상대방이 녹화물을 단순히 소지하는 것을 넘어서 이를 제3자에게 유포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 촬영물의 복제물을 촬영대상자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반포하는 것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의 촬영물유포죄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제14조 제2항의 반포, 제공 등의 객체에는 원본 촬영물뿐만 아니라 그 ‘복제물’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촬영 대상자가 아동·청소년이라면 법적 평가가 전혀 달라진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은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영상’에 한정되지 않고,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을 포함한다. 따라서 신체 이미지도 가능하고 전송된 영상정보를 녹화한 영상이나 캡처한 사진이 아청물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아동·청소년이 영상통화 과정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장면을 녹화하거나 캡처하는 행위는 직접 촬영 여부와 무관하게 성착취물 제작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제작된 성착취물을 소지·시청·유포하는 경우에는 각각 독립된 범죄가 성립한다.
이처럼 동일한 행위라도 촬영대상자의 연령과 전송 방식, 유포 여부에 따라 법적 평가는 전혀 달라진다. 따라서 관련 사안에서는 감정적 판단이 아니라 조문 구조와 판례가 정립한 법리를 기준으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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