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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철의 법률톡톡] 노출 행위 피의자, 비난은 크지만 처벌은 별개의 문제이다

핀포인트뉴스 | 2026.08.03
피의자

얼마 전 버스 좌석에 앉아서 옆자리 승객을 상대로 노출행위를 하다가 신고 당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찾아온 분이 있었다. 비슷한 경우로 택시에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사람도 있었다. 노출 자체가 옆 사람이나 승객 등 극소수 인원에게만 한정된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 상황과는 달리 평가된다.

 

이 같은 노출행위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다. 그러다보니 신고 단계에서부터 강한 도덕적 비난과 결합되며, 피의자는 법리 검토 이전에 스스로를 범죄자로 단정한 채 수사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강한 도덕적 혐오가 곧바로 형사처벌의 정당성으로 오인된다는 점이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의자는 이미 ‘유죄인간’으로 취급되고, 스스로도 수치심에 압도되어 법리적 검토를 포기한 채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나 형사법은 감정이 아닌 구성요건으로 판단되는 영역이다. 비난 가능성과 처벌 가능성은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

 

먼저 강제추행죄가 되려면 단순히 성기를 노출하여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유발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수단이 요구되며,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해야 한다.

 

옆자리에 앉아 은밀히 노출한 행위는 불쾌감을 줄 수는 있어도,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강제추행이 되려면 최소한의 유형력 행사는 필요하며 피해자가 시선을 돌리거나 자리를 이동할 수 있었다면, 법적으로 요구되는 강제력은 인정되기 힘들다. 결국 강압성이 없는 노출은 강제추행으로 포섭되기 어려운 구조이다.(전주지방법원 2019. 5. 29. 선고 2019노96, 전주지방법원 2019. 1. 11. 선고 2018고단1679)

 

그렇다면 공연음란죄가 될 수는 있을까. 핵심은 ‘공연성’, 즉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다. 버스나 택시와 같은 제한된 공간은 불특정 다수가 존재하는 장소인지 여부와 별개로, 좌석 구조와 시야 차단 요소를 고려하면 행위가 실제로 다수에게 노출되었는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좌석 등받이, 협소한 공간, 특정 방향으로 한정된 시야 등은 공연성을 약화시키는 요소이다. 특히 특정인 한 명만을 향한 은밀한 행위라면, 이는 다수가 인식 가능한 상태로 보기 어렵고 이 경우 공연음란의 구성요건 자체가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5. 13. 선고 2019고단7655, 전주지방법원 2024. 9. 11. 선고 2023노1601) 

 

결국 이러한 유형은 강제추행도, 공연음란도 성립하지 않는 ‘법적 공백’에 위치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런 행위가 정당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형벌권의 한계 내에서 처벌이 쉽지 않은 영역이라는 뜻이다. 죄형법정주의는 명백히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처벌을 허용하며, 해석을 통해 무리하게 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금지한다.

 

문제는 많은 피의자가 이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스스로 무너진다는 점이다. 수치심과 공포로 인해 “잘못했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수사기관의 질문에 따라 불리한 서술을 스스로 완성한다. 그러나 도덕적 반성과 법적 자백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전자를 이유로 후자를 선택하는 순간, 방어의 여지는 급격히 사라진다. 

 

이러한 사건에서 필요한 것은 구조의 이해이다. 행위 당시의 위치, 시야 확보 가능성, 타인의 인식 범위, 물리적 접촉 여부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정밀하게 분해하여 구성요건해당성을 따져야 한다. 이는 개인이 즉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며, 초기 진술 단계에서 방향이 잘못 설정되면 이후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공공장소에서의 노출행위는 사회적으로 강한 비난을 받는 행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형사처벌은 비난의 강도가 아니라 법률요건 충족 여부로 결정된다. 수치심에 압도되어 법리를 포기하는 순간,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는 범죄를 스스로 완성하게 된다. 형사절차에서 요구되는 것은 반성이 아니라, 냉정한 기준에 따른 방어이다.

 

출처 : 핀포인트뉴스 정준범 기자 jjb@pinpoi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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