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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했는데 각하, 그런데 검찰로?... 미스터리한 경찰 수사 절차의 모든 것
Dec 9, 2025
피의자 조사도 없이 사건을 종결하고도 "검찰에 보낸다"는 경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복잡해진 불송치 사건 처리 절차를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봤다.
"당신 사건, 각하됐지만 검찰로 갑니다"... 피의자 조사 없는 종결 통보에 고소인 '패닉', 법조계 "송치 아닌 송부, 90일의 검토 시간"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며 형사 고소장을 낸 A씨는 한 달 뒤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피의자 조사는커녕 사건이 '각하'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관은 "사건은 검찰에 보낸다", "검찰에서 재수사 요청이 오면 그때 수사하겠다"는 알 수 없는 말을 덧붙였다. A씨의 사건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조사 없는 각하, 그래도 검찰행?"... 고소인 혼란 키운 경찰의 '안내'
A씨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변호사 여러 명에게 상담했을 때 "혐의 성립이 거의 확정적"이라는 답변까지 받았던 터였다. 그런데 경찰은 피의자를 단 한 번도 부르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심지어 사건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형사사법포털(KICS)에서는 자신의 사건이 아예 조회되지도 않았다.
A씨는 "고소장 접수 하루 만에 사건이 배정됐는데, 한 달이 넘도록 사건이 조회되지 않는 게 정상인지, 피의자 조사도 없이 각하된 사건을 왜 검찰에 보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A씨를 혼란에 빠뜨린 이 절차는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산물이다.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생기면서 새로 도입된 '불송치 결정'과 그에 대한 검찰의 통제 장치가 맞물려 돌아가는 과정에서 비롯된 혼선이다.
'송치' 아닌 '송부'... 검경 수사권 조정이 낳은 '90일의 검토'
법조 전문가들은 A씨가 들은 "검찰에 보낸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송치(送致)'가 아닌 '송부(送付)'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기소 의견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어 정식 사건번호(형제번호)가 부여되지만, 불송치 결정 사건 기록은 검찰에 '송부'되어 불제번호가 부여된다"고 설명했다.
즉, 경찰이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자체 종결(불송치)한 사건이라도, 관련 서류 전체를 검찰로 보내 검토를 받게 하는 절차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에 따르면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의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
법무법인 이엘 민경철 변호사는 "불송치 결정으로 종결된 것이고 형식적으로 검찰에 보내는 것"이라며 "검사는 서류를 송부받은 날로부터 90일 안에 경찰의 결정이 위법·부당하지 않은지 검토하고, 문제가 있다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수사관의 설명은 이 법적 절차를 압축해 전달한 셈이다.
"이례적" vs "통상적 절차"... 변호사들도 엇갈린 시선
경찰의 조치를 두고 변호사들의 시선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불송치 기록을 검찰에 송부하는 것 자체는 "법에 정해진 통상적 절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변호사들은 사건의 내용에 주목하며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김경태 변호사는 "스토킹 등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안에서 기본적인 수사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각하 처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사건을 각하했음에도 검찰에 보낸다고 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 자체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형사사법포털에서 사건 조회가 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변호사가 "시스템 등록 지연이나 오류일 수 있으나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내 사건은 어디에?... 깜깜이 된 고소인, 구제 방법은
그렇다면 A씨처럼 자신의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 고소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우선 경찰의 불송치 결정 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경찰서장에게 '이의신청'을 하라고 조언한다.
형사소송법상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경찰은 의무적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송부'와 달리, 검사가 직접 사건을 넘겨받아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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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림 변호사는 "1301(검찰 콜센터)로 전화해 불제번호를 문의하여 진행 상황을 조회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담당 수사관에게 사건번호와 검찰 송부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고, 답변이 없을 시 해당 경찰서 청문감사실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현 상황에서는 검찰에 항고하거나 고소인 진정을 제기하여 재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결국 A씨의 사례는 복잡해진 형사 절차 속에서 시민들이 겪는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절차적 정당성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당사자를 소외시키는 '깜깜이 절차'로 변질되지 않도록, 수사기관의 더 명확하고 친절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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