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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원 합의금에 '묵묵부답'…성추행 가해자, 처벌 감수하나

2025. 12. 11.

합의금 1500만원에 침묵 택한 가해자들…'벌금 내고 말지' 계산 끝났나


1500만원. 2년 전 벌어진 강제추행의 상처를 안고 피해자가 제시한 합의금 액수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묵묵부답'으로 응수했다. 피해자는 이제 범죄의 기억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계산적인 침묵과 법의 냉정한 현실이라는 두 개의 벽과 홀로 마주하게 됐다.


"1500만원이냐, 수백만원 벌금이냐"…가해자의 냉정한 셈법

사건은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인 근로자 2명에게 강제추행 피해를 본 A씨는 이들을 고소했다.


검찰은 벌금 200만원, 300만원에 약식기소(서면 심리만으로 벌금 등을 부과하는 절차)했지만, 법원은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보고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넘겼다. 지난 지난달 첫 재판이 열렸고, 가해자 측은 A씨에게 합의 의사를 물어왔다.


A씨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150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가해자 측 변호사는 "피고인 두 명은 중국인 근로자라 그 정도 금액은 진행이 어려울 듯하다"는 말을 남긴 채 연락을 끊었다.


두 번째 재판 날짜는 다가오는데, 가해자 측은 합의 시도 대신 돌연 재판 날짜를 미뤄달라는 기일변경신청을 냈다. 이는 합의를 위한 시간을 벌려는 시도라기보다, 재판 자체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법원은 이 신청을 거부했다.


법조계에서는 가해자들이 고액의 합의금 대신 벌금형 처벌을 감수하기로 '계산'을 마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요청한 합의금을 지급하기보다는 적절한 돈을 공탁하거나 그대로 선고를 받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이엘 민경철 변호사 역시 "피고인 입장에서 합의를 할 실익이 거의 없다. 합의를 안 해도 벌금형이며, 결과가 동일하다. 따라서 합의를 할 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그늘…벌금액은 오를 수 있다

가해자들이 '처벌 감수'를 택한 배경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있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는 원래의 약식명령보다 더 무거운 종류의 형벌, 즉 벌금형을 징역형으로 바꿀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가해자들로서는 최악의 경우에도 징역형은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하지만 이는 형벌의 '종류'에만 해당할 뿐, 벌금 '액수'는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다.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정식재판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벌금형은 300만~500만원 수준으로 상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변호사들은 외국인이라는 점과 합의 불발을 고려해 집행유예 가능성도 제기했다.


가해자 측이 합의 대신 '형사 공탁' 카드를 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률사무소 니케 이현권 변호사는 "따로 합의를 진행하지 않고 형사공탁 제도를 통해 양형을 노리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피해자와 직접 합의하지 않고도 법원에 일정 금액을 맡겨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형량을 줄이려는 전략이다.


"형사 끝나면 민사"…외국인 상대 '돈 받아내기'는 다른 차원

형사재판에서 합당한 처벌이 내려진다 해도 A씨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합의가 무산됐으므로, A씨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 보상을 받아내야 한다. 법률사무소 필승 김준환 변호사는 "형사소송과는 별개로 민사 소송을 통해 입으신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사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실제 돈을 받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히 상대가 외국인 근로자일 경우 현실적인 어려움은 더 커진다. 변호사 백인화 법률사무소의 백인화 변호사는 "문제는 외국인이다 보니 민사 위자료 청구에서 승소하더라도 집행의 실익, 즉 실제로 내 주머니에 판결금이 입금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A씨는 형사재판에서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동시에, 승소해도 돈을 받지 못할 수 있는 민사소송을 고독하게 준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법정에서 피해 사실과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해 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범죄 피해자가 법의 심판대 위에서조차 온전한 구제를 받지 못하는 현실의 단면이다.

상호 법무법인 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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