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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엉덩이 쳤다가 성추행범 될라”…'피해자 없는' 군대 성범죄, 무죄 가능할까?
2025. 12. 4.
제3자 신고로 성군기 위반 조사를 받게 된 병사. '피해자'는 "장난이었다"고 하지만, 벌금형조차 없는 군형법의 무거운 처벌 규정 앞에 그의 운명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동료 병사의 엉덩이를 장난으로 쳤다가 하루아침에 '성추행범'으로 몰린 A병사의 사연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도 없는데 제3자의 신고로 시작된 조사, 과연 그는 억울함을 풀고 무사히 부대로 복귀할 수 있을까.
"기분 나쁘면 말해줘"…장난이 부른 날벼락
성실한 군 생활로 포상까지 받았던 A병사는 최근 같은 여단 다른 대대로 강제 분리 조치됐다. 성군기 위반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A씨는 "크게 성추행, 성희롱이라 할 만한 일은 없었다"며 "동기들과 쌍방으로 치던 장난을 누군가 찌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가 말하는 장난은 동기들의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였다. A씨는 항상 "기분 나쁘면 얘기해달라"고 말하며 수위를 조절했고, '피해자'로 지목된 동기들 역시 "기분 나쁜 적 없었다"며 오히려 A씨의 원대복귀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이 모습이 명백한 '성군기 위반'으로 비쳤다.
'피해자 없는 신고', 처벌 가능할까?…"핵심은 피해자 진술"
A씨를 곤경에 빠뜨린 제3자의 신고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3조(상관 등에 대한 보고 또는 통보)에 따른 적법한 절차다. 하지만 신고가 적법하다고 해서 곧바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이엘의 민경철 변호사는 "성범죄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라며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당연히 죄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로 지목된 동기들의 진술이 무혐의를 입증할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이다.
캡틴법률사무소의 박상호 변호사 역시 "피해자라 지목된 인원들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쌍방 장난이었다'고 진술한다면, 무혐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봤다.
① 벌금형 없는 군 성범죄, 유죄면 곧장 '실형'…전과자 낙인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군형법상 강제추행죄는 일반 형법보다 훨씬 무겁게 다뤄진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군형법상 강제추행은 벌금형이 없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해방의 정동일 변호사 역시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만 있기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죄가 인정되면 곧바로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고 '전과자'가 되는 셈이다.
② '무혐의' 받아도 끝이 아니다?…진급 막는 '징계'라는 또 다른 산
설령 형사처벌을 피하더라도 '징계'라는 또 다른 산이 남는다. 정동일 변호사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사안에 따라 징계로 나아가는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징계 처분을 받을 경우, 군인사법에 따라 급여·수당 삭감은 물론 진급과 장기복무 선발, 명예전역 등에서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군인으로서의 명예가 크게 실추되는 것이다.
A병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초동 대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군 내 성범죄 사건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군사경찰의 조사, 군검찰의 수사, 군사법원의 재판으로 이어지는 형사 절차다. 다른 하나는 성고충심의위원회를 거쳐 감봉, 근신, 강등 등의 처분을 내리는 징계 절차다. A병사는 이 두 절차 모두에 대비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객관적 증거 확보다. 동기들로부터 '장난이었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나 진술서를 자발적으로 받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평소 동기들과 원만하게 지냈다는 점을 입증해 줄 주변 동료나 선임의 증언도 확보해야 한다.
법무법인 리온의 엄태문 변호사는 "엉덩이를 때리는 장난을 친 것이 사실이라면, 쉽게 무혐의가 나오기는 어렵다"며 "무혐의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사정을 법리와 함께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전문적 조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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