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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성접촉 후 헤르페스 2형 진단…'성병 상해' 처벌 가능할까
2025. 12. 8.
원치 않은 성접촉 이후 성병 진단을 받은 피해자의 법적 대응 방안을 변호사 15인의 자문을 통해 심층 분석한다. 상해죄 성립의 핵심 쟁점인 '고의성'과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 그리고 필요한 증거자료는 무엇인지 집중 조명한다.
강제 키스 후 성병 확진…'상해죄' 고소의 험난한 증명의 길
원치 않은 성접촉이 있고 7개월 뒤, 입술에 극심한 물집과 출혈이 생겼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고통이 한 달간 이어졌고, 대학병원 정밀검사 결과는 '헤르페스 2형' 확진이었다.
의사는 초발 증상으로 의심했다. 피해자는 상대방이 보균 사실을 숨기고 강제 성접촉을 해 병을 옮겼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성병 전파는 과연 '상해'라는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그날의 접촉이 남긴 지울 수 없는 흔적"
사건의 발단은 2024년 5월 4일, 상대방의 강제적인 성접촉에서 시작됐다. 피해자는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히지 못했다는 생각에 고소를 망설였다.
하지만 평온했던 일상은 그해 12월 1일 산산조각 났다. 입술에 큰 물집 4개가 생기고 출혈이 동반되는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해가 바뀌어 2025년 2월 4일, 대학병원 검사 결과는 청천벽력 같았다. 이전까지 1형 증상만 간헐적으로 있었던 피해자에게 '헤르페스 2형'이라는 낯선 진단이 내려졌다. 수십만 원의 병원비와 무너진 일상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 됐다.
변호사들 "고의성 입증되면 명백한 상해죄"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고 성접촉을 했다면 형법상 '상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재헌 변호사는 "상대방이 헤르페스 2형 보균 사실을 알고도 고지하지 않고 강제 성접촉을 했다면 형법상 상해죄(제257조) 성립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해죄는 타인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 역시 "성병이 옮을 수 있다는 것은 일반 상식"이라며 "적어도 상대방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음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병이 옮을 수도 있겠다'고 인식하고도 행동했다면 고의가 인정된다는 의미다.
'인과관계'와 '고의', 넘어야 할 두 개의 산
하지만 법의 심판대에 가해자를 세우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이엘 민경철 변호사는 "상해죄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에게 상해의 고의가 있어야 하고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성병 감염으로 인한 상해죄 판단에서 매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구체적으로 ▲가해자가 성관계 당시 성병을 보유한 점 ▲피해자가 그전에는 해당 질병에 감염되지 않았던 점 ▲오직 그 성관계로 인해 성병이 전염됐다는 점, 이 세 가지가 모두 입증되어야 한다.
수원고등법원은 관련 판결(2022노910)에서 이 요건들을 명시한 바 있다. 특히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전 세계 인구 상당수가 감염될 만큼 흔하고, 성관계 외 경로로도 전염될 수 있어 '다른 감염 경로의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승패를 가를 증거 목록…'과거 진료기록'이 핵심
결국 소송의 성패는 누가 더 확실한 증거를 손에 쥐고 있느냐에 달렸다.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의료 기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성접촉 이전 시점에 해당 성병(헤르페스 2형)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과거 진료 기록이 소송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즉, 성접촉 이전 시점에 헤르페스 2형에 감염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과거의 산부인과나 성병 검사 결과가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초발 의심'이라는 의사 소견서, 진단서, 치료비 영수증 등은 피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무기다. 또한 상대방이 자신의 감염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화 녹음이나 메시지 기록을 확보하는 것도 '고의성' 입증에 필수적이다.
형사고소와 별개, '민사상 손해배상'도 가능
형사 고소의 문턱이 높다고 해서 모든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한 변호사는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하여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사 소송은 형사 재판보다 입증의 정도가 낮아, '고도의 개연성'만 인정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치료비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것이다.
또한, 질병 감염 여부와 별개로 '강제 성접촉'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 등 성범죄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한순간의 잘못된 만남이 남긴 깊은 상처를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다각적인 접근과 치밀한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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