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권의 남용은 이제 단순한 개인 간 분쟁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법의 효율성과 피고소인의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 고소는 범죄의 피해자 등이 수사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하고 그 처벌을 구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법률이 정한 범죄 행위가 존재할 때 행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범죄가 성립하는지조차 불분명한 사안을 고소하여 상대방에게 형사절차의 부담을 안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형사고소는 민사소송과 달리 고소인에게 요구되는 비용과 부담이 거의 없다. 반면 고소를 당한 사람은 고소장 하나만으로 피의자의 지위에 놓이고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하며, 경우에 따라 직장과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한다. 결국 고소인은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국가의 수사권을 이용할 수 있지만, 피고소인은 자신의 무혐의를 소명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구조이다.
더구나 2023년 개정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은 수사기관이 고소 또는 고발을 받은 경우 이를 수리하도록 명시하였다. 과거와 같이 수사기관이 고소장 자체를 반려하여 초기 단계에서 걸러내는 방식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물론 모든 고소가 반드시 본격적인 수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일정한 경우 각하 등의 종결도 가능하다. 그러나 적어도 고소가 접수되면 수사기관은 이를 처리해야 하고, 터무니없는 고소라 할지라도 피고소인에게는 수사절차 자체가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고소가 범죄피해에 대한 구제수단을 넘어 상대방을 압박하거나 사적인 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고소만 하면 국가가 수사해주고, 고소인은 그 과정에서 별다른 비용이나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이른바 ‘아니면 말고’ 식의 고소를 막을 유인은 그만큼 약해진다.
특히 성범죄는 이러한 고소 남용의 위험성이 더욱 크다. 강간이나 준강간, 강제추행과 같은 범죄는 혐의가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당사자의 사회적 평판과 직업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죄가 성립하면 합의금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에게 형사절차의 고통을 가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실제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보호를 위한 제도와 이를 악용하는 행위는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
그렇다면 고소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소인의 권리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고소권 행사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검토할 수 있는 방법은 일정한 비용 부담제도이다. 고소인이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남고소를 억제하기 어렵다. 고소 단계에서 일정한 보증금이나 공탁금을 부담하게 하고, 실제 범죄피해가 인정되거나 정당한 고소였음이 확인되면 이를 반환하되, 고의적이거나 현저한 중과실에 의한 남고소로 판단되는 경우 이를 몰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고소가 불기소나 불송치 등으로 종결된 이후 책임을 묻는 방식도 필요하다. 특히 고소인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한 채 고소하여 불필요한 수사절차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피고소인이 부담한 변호사 비용이나 기타 절차비용의 일부를 고소인에게 부담시키는 제도를 실질화 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에도 일정한 경우 고소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하지만, 제도가 존재하는 것과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실효성 있는 비용 부담이 이루어져야 고소권 역시 권리인 동시에 책임이 따르는 제도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
무고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역시 빠질 수 없다. 단순히 법정형을 높이는 것보다 허위 고소가 확인된 경우 실제로 수사하고 기소하여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 허위 고소를 하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존재한다면 고소 남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국가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이용하여 타인에게 형사절차의 고통을 가한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한다는 원칙이 확립된다면 남고소의 유인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고소권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소권에 책임을 결합하는 것이다. 국가의 수사권은 개인의 보복이나 협박을 위해 빌려주는 힘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소권을 실질적인 권리로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그 권리를 악용한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출처 : 핀포인트뉴스(https://www.pinpoi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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