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처벌법 제14조와 관련된 촬영물 사건에서 “상대방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촬영물에 대한 접근과 복제가 가능한 상태가 형성되었는지이며, 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촬영대상자 의사에 반하여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따라서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여 영상통화 상대방에게 전송한 영상은 제14조 제1항의 불법촬영물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상대방이 그 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녹화하여 저장한 경우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므로 불법촬영이 될 수 없다. 다만 상대방이 전송된 영상정보를 휴대전화 녹화기능으로 녹화·저장한 동영상은 촬영물의 복제물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그렇다고 이를 소지한 행위가 곧바로 제14조 제4항의 촬영물소지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제4항은 모든 성적 영상이나 복제물의 소지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저장·시청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이 적법하게 촬영되었고 제2항의 유포행위도 없다면 그 영상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는 제4항의 소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행위는 어떠한가. 여기서 제14조 제2항의 ‘제공’과 ‘전시·상영’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제14조 제2항의 제공은 단순히 상대방에게 영상을 보게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촬영물에 대한 점유나 지배를 타인에게 이전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촬영물 파일 자체를 상대방에게 전송하여 상대방이 이를 독립적으로 보관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면 제공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영상을 상대방에게 잠시 보여주는 경우에는 파일 자체의 점유나 지배가 이전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단순한 화면 보여주기는 원칙적으로 제공과 구별된다.(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4. 8. 28. 선고 2024고단24 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9. 8. 선고 2023고단2444 판결)
제공이 아니라면 전시나 상영에 해당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그러나 전시·상영 역시 단순히 특정한 한 사람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14조 제2항은 촬영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하거나 상영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으므로, 특정한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영상을 보여주는 행위만으로는 그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실제 휴대전화 화면을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잠시 보여주는 행위는 파일의 점유가 이전된 것도 아니고 공공연한 전시·상영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제14조 제2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여지가 크다.
반면 이와 구별해야 하는 것으로, 영상통화의 화면공유 기능을 통해 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구조가 다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파일의 ‘전송’ 여부만이 아니라 상대방이 그 화면을 통하여 영상을 다시 녹화하거나 캡처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실제 영상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경우 상대방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눈’으로 영상을 본다. 영상파일이 상대방의 휴대전화로 전송되는 것도 아니고, 별도의 촬영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상대방이 이를 독립적인 파일로 저장할 수도 없다. 반면 영상통화의 화면공유를 통하여 영상을 보여주면 상대방의 단말기 화면에 영상이 표시된다. 상대방은 자신의 휴대전화 녹화기능이나 캡처기능을 이용하여 그 화면을 다시 기록할 수 있다. 즉 단순한 시청을 넘어 촬영물의 복제와 저장이 가능한 상태가 형성되는 것이다.
최근 화면공유 관련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6. 11. 선고 2026고단140 판결)에 대해서, 새로운 법리가 만들어져 “보여주기”까지 무조건 ‘제공죄’로 처벌하기 시작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오히려 디지털 환경에서는 파일을 직접 전송하지 않았다는 형식적인 사정만으로 유포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화면공유는 상대방의 단말기를 통하여 촬영물을 재생시키고, 상대방이 이를 다시 녹화·캡처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대방이 녹화하였다면 이러한 복제 가능성은 현실화된 것이다.
결국 촬영물 사건에서는 ‘눈’과 ‘카메라 렌즈’를 구별해야 한다. 실제 영상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것과 영상통화 화면을 통하여 보여주는 것은 겉으로는 모두 ‘보여주기’처럼 보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전자는 단순한 시청에 가까운 반면 후자는 상대방에게 촬영물을 다시 저장·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따라서 “파일을 보내지 않았으니 유포가 아니다”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대로 “화면으로 보여주었으니 무조건 제공이다”라는 주장 역시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결국 구체적인 전달 방식과 상대방의 저장·복제 가능성, 실제 녹화나 캡처가 이루어졌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파일의 물리적 이전 여부만이 아니라, 촬영물이 어떤 방식으로 타인의 지배영역에 들어가 추가적인 복제와 유통의 위험을 발생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출처 : 핀포인트뉴스(https://www.pinpoi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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