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피해자가 처한 관계와 상황, 심리적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법의 구성요건과 증명책임까지 느슨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법원 2025. 5. 1. 선고 2021도11938 친족 준강간죄 판결은 이 점에 관해서 중대한 의문점을 남긴다. 피해자는 만 19세부터 피고인과 장기간 함께 생활하며 경제적·심리적으로 종속되고 생활을 통제받으며 20년에 걸쳐 100여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검사는 친족강간죄로 기소하였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자 예비적 공소사실로 친족 준강간죄를 추가하여 항소하였다. 이에 2심은 피해자의 독립적인 사회생활과 경제활동, 자율적인 판단과 행동 정황 등을 근거로 항거불능의 상태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친족 준강간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검사가 상고하였다.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이다. 대법원은 형법 제299조의 ‘항거불능’을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형법이 규정한 ‘항거불능’이라는 구성요건의 의미를 판례가 해석한 것일 뿐, 형법 제299조에 ‘항거곤란’이라는 별도의 구성요건이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도 2021도11938 판결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기존의 ‘항거불능’ 법리를 유지한다고 하면서 굳이 ‘현저한 항거곤란’이라는 개념을 병렬적으로 제시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는 단순한 용어상의 변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형법 제299조의 ‘항거불능’의 인정 범위를 넓히기 위한 논리적 토대를 마련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입법자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죄에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입법자가 필요한 경우 항거불능과 항거곤란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형법 제299조의 ‘항거불능’을 단순히 저항하기 어려운 정도의 항거곤란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이 말하는 ‘현저히 곤란’ 역시 단순한 항거곤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항거불능에 준할 정도로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된다. 결국 ‘현저히’라는 제한은 형법 제299조의 항거불능과 단순한 항거곤란을 구별하는 중요한 한계로 작용한다.
출처 : 핀포인트뉴스(https://www.pinpoi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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