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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철의 법률톡톡] 피해자의 말을 들었다는 증언, 보강 증거가 될 수 있는가

핀포인트뉴스 | 2026.10.21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그렇게 말하더라”는 제3자의 진술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것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증거법적으로 볼 때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하나는 타인의 진술을 전해들은 증언에 대한 전문법칙 적용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그 증언에 독립적인 증명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우선, 경험자가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전달된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다. 다만 원진술자가 법정 진술을 할 수 없고, 법이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뿐이다. 반면, 경험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서 한 진술은 본래증거로써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증언은 언제나 전문증거가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전문증거인지 여부는 그 진술이 재판에서 무엇을 증명하기 위하여 제출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A가 “B가 피고인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말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하는 경우, B가 실제로 피고인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A의 진술을 사용한다면 결국 증명하려는 것은 ‘B가 폭행을 당했다’는 원진술의 ‘내용’이 진실이라는 것이고 이는 전형적인 전문증거의 문제이다.

반면 A가 “B가 그런 말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를 증명하기 위하여 A의 진술을 사용한다면 이는 전문증거가 아닌 본래증거이다. 이 경우 요증사실은 B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이 아니라 ‘B가 실제로 그러한 말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이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다른 사람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 여부는 요증사실에 따라 정해지며, 원진술의 ‘내용’이 요증사실이라면 전문증거이지만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이라면 본래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경우이다. 어떤 진술이 처음에는 ‘그러한 말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라고 주장되었더라도, 이후 그 진술 내용을 다시 원진술의 진실성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강제추행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추행 당했다”는 말을 친구에게 하였고, 그 친구가 법정에서 이를 증언하였다.

2심은 “피고인이 추행했다”고 들었다는 친구의 증언을 일단 피해자의 진술 “존재”에 관한 본래증거라고 보아 증거능력을 인정한 뒤, 다시 그 증언이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한다”고 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했다.(대전지방법원 2025. 9. 24. 선고 2024노2782 판결) 

대법원은 이 같은 논리에 대하여, 2심이 전문법칙의 적용을 우회하기 위해서 증인이 전해들은 말을 ‘정황증거’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유죄의 결정적 근거로 삼은 것이지만, 증인의 진술은 본질적으로 전문증거이며 “원진술자인 피해자가 이미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한 이상, 제3자의 전문진술은 전문증거의 예외 요건을 갖추지 못해 증거능력 자체가 없다”고 명시했다.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5도17371 판결)

즉 대법원은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 진술은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 나아가, 설령 친구가 들었다는 말에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증거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유죄 인정의 근거가 되는 증거는 증거능력과 증명력이 요구되는데, 전문법칙은 증거능력 판단의 문제이고, 증명력은 증거로서의 가치, 즉 신빙성 판단의 문제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말을 전해들은 지인의 전언은 피해자 진술의 동어 반복에 불과하다. 증인의 말은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므로, 유죄를 입증하는 독자적인 간접사실이나 정황증거로 보기 힘든 것이다. 


그럼에도 2심 법원은 1심의 무죄 판단을 파기하면서, 피해자의 말을 전해들은 지인의 진술이 피해자 진술과 일치하므로 유죄의 증거가 된다는 논리를 폈다. 이처럼 독자적인 증거 가치가 없는 제3자의 전언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독립적인 증거처럼 취급하여, 1심에서 배척된 피해자 진술을 유죄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면, 이는 증거의 실질적 의미와 증명력을 잘못 평가한 것으로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핀포인트뉴스(https://www.pinpoi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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